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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 깨달음 구하는 방편이자 참선 원류”

  • 수행
  • 입력 2023.01.13 14:15
  • 수정 2023.01.14 18:58
  • 호수 1665
  • 댓글 4

서울 선무도요가센터 정진 현장…매순간 알아차림 강조
1700년 백성 지킨 승군 무예엔 존중·불방일 가르침 담겨

“딱…딱…딱…”

정신이 번쩍 드는 죽비소리가 공기를 가르자 일제히 허리를 곧게 펴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첫 호흡부터 내쉬는 숨, 다시 들이마시는 순간까지 전 과정에 마음을 기울인다. 이윽고 교실이 잠잠해지자 지도법사는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첫 번째 “탁” 소리에 깊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단단하게 선 상태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탁” 치자 한 마리 호랑이같이 제자리에서 펄쩍. 또 한 번 “탁” 소리에 팔과 다리를 쭉 펴고 빙그르르 돈다.

“열이 오른 몸에서 입을 열어 벅찬 숨을 토해내고 코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천천히, 고요하게 계속 반복합니다. 평소 얕고 불규칙적이던 호흡을 잊고, 규칙적이고 깊게 호흡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같은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어느새 이마엔 땀이 가득…그러나 수행자들의 숨소리는 한결같다. 정진을 마친 뒤 통증이 왔던 신체 부위를 어루만지며 다시 좌선에 들었다. 긴 정진에도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이들은 바로 선무도를 닦는 수행자들이다.

1700년간 외세의 침략에 맞서 나라와 백성을 지켜온 승군들. 그들의 무예가 바로 ‘선무도(禪武道)’다. 적과 싸워 이기고 살아남기 위한 무예였지만, 그들의 몸짓에는 생명을 존중하며 항상 정진하라는 부처님 가르침이 담겨있다.

선무도는 ‘아나파나사띠(안반수의경, 安般守意經)’를 소의경전으로, 지관 수행법을 근본으로 한다. 본래명칭은 불교금강영관(佛敎金剛靈觀)으로 ‘부처님으로부터 전해온 벼락과 같이 강력하고 영적인 관법 수행’이란 뜻이다. 경주 골굴사(주지 적운 스님)를 본원으로 전승·대중화하고 있으며 2000여 유단자들이 프랑스·독일·미국 등 세계 15개국에 지원·지부를 설립해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1월11일 아침 일찍 찾은 서울 강남 선무도요가센터(센터장 현덕 채희걸)에는 10여명의 시민이 정진하고 있었다. 선무도는 크게 정적(영정)·동적(영동) 수행으로 나뉘는데, 이날은 정적 수행인 영정좌관·영정입관·영정행관으로 진행됐다. 영정좌관은 앉아서 하는 수행으로 총 17개의 부드러운 동작을 펼치며 들숨과 날숨의 균형을 맞춘다. 영정입관은 굳게 서서 하는 수행이다. 고요한 동작으로 호흡을 깊게 하며 심신을 이완한다. 영정행관은 움직이면서 하는 수행으로 호흡에 집중하며 ‘행주좌와어묵동정반공’ 10개의 동작을 펼친다.

선무도의 장점으론 몸·마음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세계선무도총연맹에 따르면 명상이란 판단없는 깨어있음을 이어가는 것인데,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억지로 멈추려 하지 않고 관찰하며 숙고한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광대하게 열리게 된다. 이것이 마음의 본성이며 다양한 번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배경이다.

선무도는 몸에 대한 알아차림, 마음에 대한 알아차림,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을 매 순간 이어가므로 마음이 쉽게 고요해지며 의식이 항상 깨어있게 된다. 또 온몸을 곧게 펴고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명상이 잘 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센터장 현덕 법사는 “선무도는 무술의 차원을 넘어 깨달음을 구하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이자 요가처럼 인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수행법으로 참선의 원류에 해당된다”며 “선무도는 몸·마음·호흡의 조화를 이뤄내 선정·지혜를 만들어 내며 참선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몸과 마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평소 잘못된 습관으로 틀어진 몸으로 정진하면 집중하기 어려운 것처럼, 건강한 몸에서 올바른 마음가짐과 행동이 도출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진을 마친 수행자들은 하나같이 선무도를 하고 나서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고 했다. 권민선(융금·66) 불자는 “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일곱 군데로 부러지는 골절상을 당했다”며 “항상 호흡을 숙고하고 여러 동작에 집중하다 보니 굳었던 몸이 유연해지고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인 권희수(83)씨는 “호흡에 집중하며 몸의 긴장을 풀어주자 척추와 관절의 고통이 사라졌다”며 “마음도 차분해져 자연스럽게 남을 위한 기도를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선무도는 1894년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을 겪으며 정체성을 잃었으나 1960년대 양익 스님(1934~2006)이 사라져가던 승군의 무예와 관 수행법을 발굴·체계화해 맥을 계승했다. 적운·안도·법찬·가영·원욱 스님 등 양익 스님 제자들이 곳곳에서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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